대한변협신문에 게재됐던 "전문분야 이야기" 칼럼을 5회에 걸쳐 올립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부동산전문을 표방하는 젊은 변호사가 제일 먼저 많이 접하게 되는 분야가 상가임대차이다. 그래서 실무에서 부동산법의 기초는 물권법·부동산등기법… 뭐 이런 것들이 아니고 상가임대차법이라 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는 분쟁 자체도 단순하거니와 대법원판례가 워낙 풍부해 판례검색만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문변호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
2015. 5. 13. 법개정으로 임차인의 주요 공격·방어방법이 권리금소송으로 흡수된 이후 상가임대차소송은 임대인이 하는 명도소송과 임차인이 하는 권리금소송으로 대별된다. 증거관계가 명백하지 않은 임대차소송은 십중팔구 임대인이 이기는 게임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임대차분쟁은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구의 눈으로 사건을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임대차소송은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승패의 반 이상이 결정된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명제는 임대차소송에서 대부분 참으로 증명된다. 배석·단독판사는 임차인일 확률이 높고, 부장판사급 이상은 임대인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배석판사와 초임 단독판사는 임차인 마인드를, 부장판사급 이상은 임대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면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배석판사가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임대차소송은 대부분 단독사건이지만 부장판사급 단독판사가 많은 현 상황에서, 사건의 향방을 결정할 판사는 대부분 임대인 마인드를 가졌다고 보면 된다.
둘째, 이 문제는 ‘법의 이념과 기원’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이슈와도 관계된다. 법은 소유권(특히 부동산소유권) 보호를 위해 생겨났다. 우리헌법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재산권 = (부동산)소유권’이라는 등식은 숨겨진 진리명제이다. 법에서 임차인이 가지는 무기는 임대인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임차인을 주로 대리하는 변호사는 무수한 패소판결을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 반면 임대인을 주로 대리하는 변호사가 승률이 별로 높지 않다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현실을 잘 이해하는 것은 임대차사건의 수임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노하우가 된다.
그런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젊은 변호사가 임대인 사건을 맡기는 쉽지 않다. 임대인은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고 자신과 특별한 인연도 없는 젊은 변호사에게 사건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력과 명성을 쌓기 전까지는 임차인을 주로 대리할 수밖에 없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조문이 20여개밖에 되지 않는 간단한 법률이지만, 사건을 많이 처리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쉬운 법률이 아니다. 상가임대차법을 마스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법무부에서 나온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Q&A 40선”을 전부 암기하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 상가임대차법 전문가가 될 수 있다(단, 법원이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항상 존중하는 것은 아님).
물론 차임·임대차보증금반환·원상회복의무 등 임대차에 관한 기본판례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당신이 처음 보는 중요한 판례들이 무수히 많다). 또한 주택임대차 분야에서 수십년에 걸쳐 확립된 판례는 상당 부분(대항력·임대차승계·우선변제권, 경매와 임대차 등등) 상가임대차에 거의 그대로 원용되므로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